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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크루즈

01_ 서쪽 바닷길, 과거를 만나는 여행

여기 어떤 여행자의 이야기가 있다. 여자 혼자, 크루즈를 타고, 그것도 세계 일주를 했다고 한다. ‘혼행’과 ‘세계 일주’ 정도야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잠깐. 크루즈라고?

<어쩌다, 크루즈>의 작가 젠젠은 제목 그대로 ‘어쩌다’ 크루즈를 타게 되었다. 오랜 시간 꿈꿔 온 일도, 계획했던 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모험이란 건 돈과 시간이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돈과 시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인가 보다. 그것이 모험의 의미일 것이다.

작가 젠젠의 인생에 크루즈 여행은 ‘어쩌다’ 훅하고 들어왔지만, 그 결정의 순간만큼은 어떤 절박한 이유와 명분이 있었다. 삶을 서서히 갉아 먹고 있던 과거의 망령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은 못된 습관처럼 삶에 스민 매너리즘, 헤어진 연인, 지겨워진 여행 패턴, 때로는 묻어둔 꿈이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익숙한 길이 아닌, 전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길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국경을 찾아 서쪽으로 향하는 바닷길이었다.

02_ 이상한 크루즈의 앨리스처럼

“나는 늘 국경을 꿈꿨다. 말하자면 땅에 두 발 디디고 서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넘나들 수 있는 자유와 융통성 같은 것들을 동경했다. 한 걸음 껑충 내딛는 사이에 두 발 아래 땅의 이름이 바뀌는 것은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도 설레고 묘한 경험이다.” 

작가 젠젠은 국경에 대한 본능적인 동경을 품은 15년 차 배낭여행자다. 20시간 동안 침대칸 열차를 타고 대륙을 가로지르거나, 40L짜리 배낭을 메고 여행자 거리의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다니는 것이 익숙하다. 그런 그녀에게 짐을 풀고 몸을 뉠 방은 물론이고 레스토랑, 바와 클럽, 카지노와 공연장, 수영장과 월풀까지 갖춘 크루즈를 타고 바닷길을 누비는 여행은 완전히 다른 것, 완전한 신세계였다.

“잠든 사이 하나의 바다에서 다른 이름을 가진 다른 바다로 옮겨 가기도 했다. 가끔은 그걸 알아차렸고, 대부분은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바다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는 모호한 경계선이 그 거대한 바다를 조각조각 나누었다. 나는 늘 구글 지도를 켜놓고 나의 위치를 통해 바다의 이름을 확인했다. 남중국해에서 아라비아해로, 인도양에서 홍해로 바다는 시시각각 이름을 바꾸었다.” 

작가 젠젠은 자신을 ‘이상한 크루즈에 굴러떨어진 앨리스’라고 칭한다. 어쩌다 떠나오게 된 낯선 여행의 시작에서 그녀는 잠깐 두려웠지만, 토끼굴에 빠져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환상의 세계를 휘젓고 다닌 앨리스처럼 이 막막한 여행을 자신의 세계로, 삶으로 끌어안았다. 결국, 크루즈를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작가 젠젠은 크루즈로만 18개국 24개 도시를 거쳤고, 중국해, 아라비아해, 에덴만, 수에즈 운하를 거쳐 에게해와 지중해, 북해를 건넜다. 바다의 시간과 파도의 리듬에 익숙해지는 사이, 그녀는 잃었던 무언가를 서서히 되찾아 간다. 국경을 밟고 다녔던 시간 속 자신의 모습대로 바다 위에서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눈다. 나중에는 뱃사람이 다 되어 땅멀미까지 겪었다나?

“나만의 지도를 따라 바다 위를 계속 걷다 보니 체셔 고양이의 말처럼 어딘가에 도착했다. 과거를 넘어 오늘에 도착했다.” 

떠나는 사람만이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다. 작가 젠젠은 바닷길을 항해하다 ‘오늘’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녀의 크루즈 세계 일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어질 항해를 통해 그녀가 도착하게 될 곳은 어디일까?

‘크루즈 여행’이라는 단어에서 은퇴한 노부부의 마지막 버킷리스트를 떠올렸다면, 잠깐 접어 두고 여기 이 여행자의 모험담에 귀 기울여 보자. 어딘가에 도착하고 싶은 당신 또한 바닷길을 누비는 이 판타스틱한 여행을 꿈꾸게 될 테니까. 


 젠젠 

저자 김재은. 건국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한 후, 방송 작가, 여행 작가, 콘텐츠 작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다. 지난 17년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쌓은 흥미로운 경험을 개인 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인도 북부 라다크에서 친구와 함께 카페를 운영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고, 3년간의 라다크에서의 생활을 담은 에세이집 <한 달쯤, 라다크(봄엔, 2013)>를 출간했다.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여 꾸준히 여행과 글쓰기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2019년 2월, 새로운 방식의 여행을 꿈꾸며 크루즈 세계 일주에 도전했고, 크루즈 여행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어쩌다, 크루즈>를 썼다. 온 세상 술을 다 먹어보고 싶은 여행자.

* blog.naver.com/zenzen25
* instragram @zenzen_cruise
* brunch @zenzen25


 목차 

프롤로그 : 커티샥 라벨 속의 배는 나의 배였다

어쩌다 준비하고 있어

새로운 국경을 찾아서
크루즈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자
뜻밖의 트래블 블루
맥시멀리스트의 짐 싸기

어쩌다 적응하고 있어

이상한 크루즈의 앨리스
육지 촌년의 요란한 크루즈 입성기
완전히 망한 여행
심심할 틈 없는 하루하루
호이안이라는 2시간 30분짜리 영화
댄스 댄스 댄스
밤의 파타야는 굳이 보지 않을게
다시 쓴 수영의 역사
이상적인 동행
싱가포르 2주 동안 버티기
혼자 즐기는 워터파크

어쩌다 함께하고 있어

작고 낡았지만 괜찮아
행복한 우리들의 테이블
도박사에게는 철칙이 있다
크루즈의 풀문 파티
낯설고도 이상한, 중동
취해도 좋은 크루즈의 낮과 밤
바다 위의 시간여행자
바다를 관찰하는 나날들
헤어짐 다음에 남는 것

어쩌다 계속 나아가고 있어

다른 그림 찾기
크레타섬, 그곳에 조르바가 있다
시스크와 강남스타일
칼리아리 원정대
크루즈의 흔한 날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드디어
오늘의 가난은 어제한 여행의 값
어쩌다 다섯 번째 크루즈, 프레지오사
유럽에 왔으면 수제 맥주를 마셔야지
발코니룸에서의 일광욕
크루즈의 모든 시간을 담은 사진 한 장
크루즈 세계 일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필로그 


저자_ 젠젠
편집_ 춘자
디자인_ 우툰
그림_ 산책
발행일_ 2020년 12월 8일
사양_ 328페이지 | 135*190*16(mm)
ISBN_ 9791197115493
분야_ 여행에세이
정가_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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