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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영성

01_ 시절인연, 동굴 밖으로

시절인연(時節因緣),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이다. ‘때’라고 해야 할까? 만남도, 사랑도, 공부도, 일도, 좌우지간 일어나는 그 모든 것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0년 동안 골방에 틀어박혀 그야말로 책만 읽었다는 <배낭영성>의 작가 피터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스마트폰과 친숙해지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플랫폼 <스팀잇>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띠로링. 그리고 그의 세계에 포털이 열렸다. 그는 <스팀잇>에 10년 동안 공부한 것들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자신에게 ‘시절인연’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까? 그렇게 그는 때를 만났다. 동굴 밖으로 나와야 할 때를 말이다.

<배낭영성>의 저자 피터는 동굴에서의 시간을 보내며 영성을 공부했다. 물론 지금도 진행중이다. 모태신앙으로서의 가톨릭 신자이지만, 유교, 불교, 도교를 포함한 동서양 영성의 다양한 세계를 탐구한다. 보편적인 정신적 문화의 정수가 영성이고, 여기서부터 종교가 여러 갈래로 퍼져 나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뇌출혈로 병원 신세를 지며 본격적으로 현대 의학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는 그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동서양의 고대 의학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 지역의 재활 병원에서 약손 요법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어쩐지 물질 세계와는 거리가 먼 은둔형 도인(?)이나 수도승(?)처럼 보이는 그는 사실 대학원에서 반도체 관련 소재 연구를 전공하고 그와 관련된 회사에서 10여 년간 연구원과 마케팅 엔지니어로 일한 이력이 있다.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준비하던 중 결혼을 생각한 여인과 종교적 견해 차이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서 영성 관련 서적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유학에 대한 결심을 접고 한국에서 진정한 한량이 되기로 결심한다. 작가 피터의 지난 삶의 궤적은 그의 현재에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된다.

02_ 답을 찾아 길 위에 선 당신의 길동무가 되어 줄 책

“모든 사람의 영성은 귀중하기 때문이다.”

스팀잇에 접속하고 1년 뒤, 그는 돌연 배낭을 싸고 유럽 곳곳의 수도원으로 가톨릭 영성가들의 궤적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방구석 책벌레의 본격적인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묵주와 기도서를 손에 들고, 십자가 성요한, 데레사 수녀, 이냐시오 성인, 성 프란치스코 성인, 힐데가르드 수녀 등 위대한 가톨릭 성인들이 남긴 메시지를 좇아 비로소 길 위에 선다.

10년이라는 시간 그가 쌓아 올린 종교관과 철학은 ‘유럽 수도원 기행’이라는 어쩌면 흔하고 뻔한 주제를 독특한 해석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몬세라트 수도원 검은 성모의 미소에서 관세음보살의 미소를 발견하고, 아빌라 엥카르나시온 수도원의 구조를 인도 불교의 차크라 개념 위에서 해석한다. 변화를 이해하는 학문인 역학이나 바람과 물을 읽는 풍수지리학 등에서 사용하는 사유의 틀을 통해 수도원과 성상의 지리적 위치가 가진 의미를 바라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성경과 금강경, 대학과 중용, 바가바드 기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서양의 고전들을 인용하며 뒤섞는다. 그래서 이 책에는 태극기에서나 보아 왔던 주역의 괘상과 팔방위 나침반, 알록달록한 차크라 등 다양한 해석의 도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세상의 모든 종교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영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을 현대인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도 도그마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 책 <배낭영성>은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도발적인(?) 여행기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모든 종교는 ‘같은 것’을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니 말이다.

“영성靈性은 모든 인간에게 내재한 신령스러움靈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영성은 모든 인간이 지닌 가치이니 최고라는 표현은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의 영성은 귀중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을 ‘야매’ 혹은 ‘엉터리’ 영성가라고 칭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영성의 본질에 한걸음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답을 찾는 길에는 야매도, 엉터리도, 정석도 없다. 우리는 단지 영성의 빛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저마다의 길 위에 선 ‘귀중한’ 존재일 뿐이다. 이 책 <배낭영성>이 그런 당신의 길동무가 되어줄 것이다.


 피터 

저자 정윤식. 10년 동안 반도체 관련 회사에 다니다가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사회적 구속을 벗어나 13년째 영성과 동양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활인 즉, 역, 선, 의, 상, 점의 오술의 영역을 포함한다. 저자는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나 그 문화 속에서 지금까지 살았지만, 자신을 독실한 종교인이나 신학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그는 21세기는 특정 종교성 혹은 학문적 철학을 강조하기보다 ‘영성’의 빛을 공유하는 시대여야 하며, 공부도 삶도 호흡을 맞추고 나와 관계하는 사회와 공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 Wisdom and Compassion
* Youtube


 목차 

프롤로그
세상으로

여행전기

21세기는 영성의 시대
절벽 위에 세워진 수행자들의 공동터전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 수도원 약국

여행기

01. Spain

톨레도
톨레도 위치에 대한 풍수지리학적 고찰
엘 트렌스파렌트와 황금 장식의 미학

세고비아
수도교를 따라 걷다
톨레도의 바람과 세고비아 바람

아빌라
데레사 성녀와 영혼의 성
7 궁방과 정신, 몸, 그리고 방위
그리스도교와 불교 수행의 접점, 고통

만레사
500년 된 수행자의 밥그릇
자발적 고립은 양날의 칼
돈이 모이는 그림

몬세라트
검은 성모상의 염화미소
천연 전시관
영성의 자궁에 심은 씨앗
십자가와 검은 성모상이 향하는 곳

02. Germany

뤼데스하임
포도는 태양인의 과일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정신을 찾아서
자비심의 색깔

03. Italy

제노바
인생은 그런 거야
제노바의 수도원 약국

밀라노와 피렌체
새로운 동행, 새로운 여정
대성당 앞에서
지상의 천국

라 베르나
위대한 영혼의 물화
수행을 위해서 꼭 은둔하며 살아가야 할까
서양 고대 의학과 수도원 약국

아시시
아시시 예찬
팔문에 대한 소고

수비아코
베네딕토 성인의 신성한 동굴
벽화에 대한 단상

로마
마음과 거울
천택리와 택뢰수
판테온 신전과 빛이 가는 길
날마다 새롭게

에필로그
길의 끝에서

참고문헌


저자_ 피터
편집_ 춘자
디자인_ 우툰
발행일_ 2020년 08월 12일
사양_ 230쪽 | 148*210*16mm
ISBN_ 9791197115486
분야_ 여행 에세이, 명상/치유 에세이, 문화/역사 기행
정가_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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